📖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
당신이 먹는게 삼대를 간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유전자를 바꾸고 운명을 바꾼다
지은이 : 신동화(SBS스페셜 PD)
발행처 : 민음인
펴낸날 : 2011년 1월 24일
밑줄 쫙
#후성유전학
질병 발생에 후성유전학적 법칙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이러한 후성 유전학적 조절은 음식물 및 우리가 접하는 환경의 변화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의 유전학과는 다르게 후성 유전학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바람직한 형질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7)
피마 인디언들의 사례는 같은 유전자를 타고나도 음식이 바뀌면 건강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주장의 생생한 증거이다. 음식이 곧 운명임을, 한 끼 식사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식사를 할 때마다 스스로 운명을 선택한다. (21)
2000년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병원의 테사 로즈붐 박사는 유전에 대한 학설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증거를 찾았다. 부모의 영양섭취가 유전자 차원에서 자녀에게 강력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통념을 무너뜨리는 역사적인 발견이었다. (22)
"사실 기근이 유전자의 DNA를 직접적으로 변화시키진 않았습니다. DNA와 상호작용을 하는 몇 가지 인자를 바꾼 것이죠. 태아기에 기근에 시달렸던 경험이 DNA의 기능과 관련있는 인자를 바꾸어 놓았고 나중에는 질병 발병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DNA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다.'는 말이다. 음식은 이 길을 통해 유전에 작용한다는 뜻이다. (26)
로즈붐 박사는 임신기 특히 임신 초기 3개월의 영양을 최적화함으로써 다음 세대의 만성적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태내에서 영양이 부족했던 사람은 나중에 기름진 음식을 찾습니다. 반면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도록 하면 아기도 태어나서 건강한 식습관을 가집니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 뿐만 아니라 우울증, 유방암, 비만, 당뇨 등을 예방하는 첫걸음입니다. 가족의 건강을 대대로 지키고 싶으세요? 바로 어머니들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33)
'민감기 효과(Time Window Effect, 환경적인 영향이 극대화하는 시기)'
후성유전체가 환경의 영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정한 시기가 있다는 주장이다.
할머니는 배속에 있을 때이며 할아버지는 사춘기 직전이다. 민감기는 난자와 정자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36)
일란성쌍둥이 마흔 쌍을 모집해 세월의 흐름에 따른 유전자의 변화 상태를 분석했다. 쌍둥이 형제의 유아기 유전자와 장년기에 이르렀을 때의 유전자를 서로 비교했다. 역시 유전자는 변하지 않았다. 대신 유전자에 달라붙어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특별한 분자를 발견했다. 이 분자가 유전자에 달라붙은 양상이 서로 달랐다. 건강상태의 차이가 클수록 이 분자가 유전자에 달라붙은 양상의 차이도 더 컸다. 분자의 정체는 바로 메틸기(methyl group, CH3)라는 생화학 물질이었다. (44)
메틸기는 특정한 환경 조건에서 유전자를 끄거나 켜는 후성 유전체다. 마넬 박사는 히스톤 달백질에 단단히 감겨있는 유전자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는 또 다른 후성 유전체도 발견했다. '아세틸기'는 분자다.(46)
특히 메틸 분자가 유전자를 끄거나 켜는 작용을 하는 후성 유전학적 신호 전달의 방식을 DNA 메틸화(methylation)라고 부른다. (47)
유전자를 조절하는 강력한 스위치의 역할을 하는 메틸기가 바로 유리가 늘 먹는 음식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메틸기는 인체가 영양성분인 엽산으로부터 만들어내는 분자이다. 엽산은 채소에서 온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바로 유전자의 스위치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생활방식에 따라 메틸기의 양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유전자의 작동방식도 달라진다. (49)
생활을 바꾸면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다.
첫째, 식습관과 생활양식을 바꾸면 건강과 삶의 질에 강력한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의 행동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한다. 둘째, 변화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이 역동적이어서 목표한 질병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비용도 싸다. (63)
고지방 식사가 렙틴이라는 호르몬 유전자를 끈다. 랩틴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입니다. 사람의 두뇌에 작용해 과식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만일 렙틴을 만드는 유전자가 활성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뚱뚱한 사람들은 보토 이 호르몬 수치가 낮습니다. (67)
세포 내 후성유전체의 메틸화는 특히 생식 세포 형성기, 수정과 배반포 형성기에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메틸화는 임신기와 수유기는 물론 생애 전반에 걸쳐서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DNA메틸화의 변화는 세포가 계통 분화를 할 때도 노화할 때도 나타난다. 이는 후성 유전체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안정시키는 인체의 항상성(homeostasis) 기제가 잘 작동해야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67)
텔로미어(telomere)는 인간의 수명을 조절하는 염색체의 말단 부위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끝을 보호하고 안정되게 머무는데 큰 도움을 준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수명이 짧아지고 길어지면 수명이 늘어난다. (73)
예방이 먼저입니다. 약물이나 수술뿐만 아니라 생활습관도 중요한 의술 가운데 하나로 생각해야 합니다. 약물치료와 수술은 위급할 때 생명을 구할 수는 있지만 질병의 원인을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75)
후성유전학은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환경 문제전반을 새롭게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음식뿐만 아니라 농약, 환경 호르몬, 공해 등의 환경 오염도 유전자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이 호흡을 통해서든 피부로 스며들든 세포로 들어가 미묘한 신호를 보내 유전자의 활동을 교란시키는 작용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91)
비정상적인 메틸화 패턴이 천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그동안 대기 오염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의 천식 발병율이 높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대기 오염이 배 속 아기의 유전자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중금속도 마찬가지로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발암물질로 알려진 니켈, 크롬, 비소는 독성이 강하기도 하지만 후성 유전학적인 효과를 야기한다. 이 중금속들도 DNA 메틸화를 증가시켜 증가시켜 유전자를 끄는 역할을 하는데 중금속에 노출된 세포는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기능이 바뀌면서 암세포로 변한다.(96)
농약을 조금만 쓰고도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유전자 조작업체의 주장을 자연은 비켜갔다. 잡초들이 제초제 성분에 저항력이 생겨 더 많은 제초제를 뿌려야 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업체는 GMO작물이 농약의 사용을 줄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반대로 농약 사용량은 열 배나 늘었다. (104)
가공과정을 거친 콩기름에서도 잔류 농약이 검출된다. 세계화 시대에 아르헨티나의 농약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다. (106)
질 좋은 음식이 아니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식을 생산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농업의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온갖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옥수수는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폭탄이나 신경가스처럼 녹색혁명과 거대 농산업 체제가 만든 괴이한 풍경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안내자이다. (110)
식품 외에 다른 물품들에도 들어간다. 옥수수가 진정한 둔갑을 하는 단계다.
치약, 일회용 기저귀, 쓰레기봉투, 표백제, 성냥, 배터리, 식물성 왁스, 살충제, 잡지 광택제, 건물벽판, 이음재, 유리 섬유, 접착제 등등
심지어 인간도 옥수수다. (116)
소는 옥수수와 같이 전분이 많은 음식을 먹게 진화한 동물이 아니다. 억지로 곡물 사료를 먹이면 많은 산이 체내에 싸이고 결국 산증(acidosis) 상태가 되는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소즌 죽는다. (117)
스탠포드대 방사선과 윤준 박사는 음식에 과도하 스트레스를 주면 발생한 스트레스 물질이 인체에까지 영향을 줘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제노호르메시스(Xenohomesis)'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이 이론은 '음식은 단지 칼로리만이 아니고 정보이기도 하며 우리는 음식을 통해서 주변 환경의 상황을 배운다'고 가정한다. (121)
장에는 뇌와 연결되는 거대한 신경계가 있습니다. (123)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일상생활, 직업, 교통체증, 뉴스 등과 같은 많은 다른 이유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불행히도 우리 몸에 있는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은 이런 경우에도 작동해 살을 찌우기 시작해야 할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스트레스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내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간다. 몸에 살이 찌기 시작하고 심장질환, 고혈압 등 모든 질환들의 유발 가능성이 역시 올라간다.
몸에 좋은 '저스트레스 음식(Low stress Food)'을 권한다. 저스트레스 음식은 바로 가까운 지역에서 나는 산무이나 가공하지 않은 자연식품들이다. 왜 생식이 좋고, 갓 따먹는 게 좋고, 지역 산물과 자연 산물이 좋을까? 음식 자체에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다. (126)
먹을거리는 상품이기 이전에 하나의 생명체다. (134)
유기농은 단순히 살충제나 제초제를 쓰지 않는 농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최선의 생명 에너지를 건네줄 최고의 씨앗을 간직하고 개선하는 일이다. (135)
한 종류만 재배하다 보면 새로운 해충과 질병이 생겼을 때 엄청난 재앙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유전적 다양성이 중요하다. (139)
산업적 농업 시스템의 목표는 뚜렷하다. 이윤추구다. 유전자 수준에서 생명에 변형을 가하는 일도 효율성을 중심 가치로 삼아 목표의 달성을 지향하는 사고방식에서는 당연하다. 반면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태학적으로 접근한다. 생태학은 조화의 과정이며 목표도 없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가치를 인정하는 깨달음에서 시작한다. (153)
사람의 몸도 지금 병이 굉장히 많은데 스스로 치유하지 못합니다. 병에 약하고 환자가 굉장히 많아요. 음식이 변했기 때문에 자연치유력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원래 사람의 몸은 병을 자연스럽게 치유할 수 있는데 약을 먹고 먹을거리가 나빠져서 그 힘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161)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게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다. 자연에서 열매는 수분이 빠질 뿐 썩지 않는 게 정상이라고 한다. 자연농법의 채소는 조직이 단단하게 여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167)
식물은 기르는 사람의 행동과 관심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는데 이는 세상에 '자기'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는 충족감과 자부심,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생명을 귀하게 돌보면 그보다 더 귀한 치유가 찾아온다. (180)
식탁에서의 예절, 음식을 대하는 가치관, 한 사회가 허용하는 음식의 종류와 배치, 식탁 그 자체가 놓이는 시간과 공간 등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선택하는 특정한 가치관을 반영한다. 이런 의미에서 식사는 한 사회의 건강함을 비추는 거울이다. (189)
미각의 회복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의 감각이 너무 둔화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편협한 맛의 종류에 의해 둔화되었다. 바로 패스트푸드의 맛이다. 소금과 지방이 많은 패스트푸드의 맛은 사람의 섬세한 미각을 마비시킨다.
우리는 태초부터 사람들이 먹을거리를 먹는 방식으로 돌아가 다시 예전의 감각으로 음식을 맛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감각이 우리의 마음을 열어 건강한 아름다움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의 식탁은 농부를 농사하는 밭이 된다. 미국의 시인이자 농부인 웬델 베리의 말처럼 '식사는 농업행위'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농부다. (204)
남태평양 트로브리안드 제도의 키다바 섬 원주민은 아직도 석기시대 식생활을 그대로 유지한다. 원주민에겐 늙으면 병이 생긴다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일본의 장수인과 남태평양의 원주민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전통 음식과 생활양식을 가능한 충실하게 따르며 평범하게 살아왔을 뿐이지만 인간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인들이다. (207)
평생을 사람들의 치아를 돌보며 보낸 프라이스에게 치아의 퇴화, 얼굴과 치열의 이상 형성, 전반적인 육체적 건강의 퇴화는 이상한 일이었다. 동물에게서는 드문 현상이기 때문이다. 왜 인간만이 유일하게 치아가 입안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것일까? 그는 영양적인 요소가 얼굴 기형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었다. 인간의 질병이 현대의 식단에서 사라진 특정 영양 요소들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고 추측한 것이다. (210)
치아도 몸의 다른 기관에 영향을 주는 대사 과정을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몸은 총체적인 하나다. 대사에 이상이 생기면 치아 안쪽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나중에 충치가 생긴다. 충치에 저항력이 생기려면 몸 전체가 건강해야 한다. (211)
미국 식단에는 탄수화물과 지방은 풍부하지만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다. 에너지는 높지만 영양소가 부족한 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식품들은 저렴하면서 맛이 있기 때문에 특히 빈곤층이 많이 섭취한다. 그래서 겉보기엔 많이 먹지만 속으로는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가 부족해 골병이 드는 경우가 생긴다. 비만과 영양부족이 함께 일어나는 괴이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217)
에임스 박사는 미량 영양소의 결핍이 염색체 이상 및 인간의 암과 관계가 있고 조기 노화에도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그는 DNA손상과 후발성 질환은 일시적인 미량 영양소 부족을 이겨 내기 위한 트리아지(triage) 분배 메커니즘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18)
특히 주식이 쌀인 사람들에게 설탕과 정제 곡물의 영향은 치명적이다. 정제 과정에서 비타민 B군이 쌀에서 제거된 탓에 체내에 영양 불균형이 발생한다. 단지 섭취를 적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사 과정에서 부족한 비타민 B군을 몸에서 대신 빼 가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해 피곤하고 그나마 모아 놓았던 영양소도 뺏겨 이중으로 고통받는다. 같은 이유로 설탕 역시 체내에 축적된 비타민을 고갈시킨다. 흰쌀에 흰 설탕을 함께 먹으면 문제는 배가 되고 마지막에는 병이 생긴다.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