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환경과학자가 경고하는 화학물질의 위험)
지은이 : 롤프 할든
발행처 : 한문화
펴낸날 : 2022년 7월 25일
목차
1 환경을 인식하다
2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들
3 보호막 안에서 살아가기
4 인구가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5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 없는 시대
6 레이첼 카슨의 흔적을 찾아서
7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착각
8 후손에게 독성 화학 물질을 물려주다
9 신경을 마비시키는 물질은 어디에서 왔을까
10 고기를 먹을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
11 플라스틱 후유증
12 새로운 형태의 이물감 없는 플라스틱
13 인류 건강을 진단하는 새로운 기술
14 환경과 생명은 이어져 있다
밑줄쫙
인간의 몸과 그 안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분리할 수 없는 관계이고, 분리되어서도 안 되니 말이다. 인간의 세포 수는 우리 몸 안에 종속되기로 마음먹은 미생물 수보다 적고, 인체의 신비에 관여하는 세포 조직과 비교해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이렇게 공생 관계로 존재하는 게 바로 미생물 군집(microbiome)이고, 우리 몸 안에서 살아가는 세포 개체 수는 수십조 개에 이른다.
이는 인체가 결코 깨끗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결국 인간의 면역 체계는 환경 미생물과 균형을 맞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생물이 없는 상태란 곧 영양실조, 질병,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적합한 몸 상태를 의미한다.(17)
우리가 자발적으로 택한, 화려하면서도 비참한 감옥 같은 주거 공간은 공기 질이 바깥보다 두 배, 많게는 다섯 배 더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로 인해 다시 자연과 직면한다. (20)
1900년대 초반이 되자 인류는 화석 연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갈랄라 대수층(Ogallala acuifer)의 오래된 지하수(surface waters)를 식수원 및 관개수로 사용했는데, 둘 다 한 번 사용하면 재생되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형태의 농업 혁명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현재도 이 과정은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지구 공기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독성을 띠게 되었다. 그리고 전 인류의 91퍼센트가 이 공기를 흡입하고 있다. 공기 중에는 그을음, 먼지, 그밖에 다양한 오염 물질이 들어 있고, 그중 일부는 식량을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식량은 우리 몸 즉, 인간의 신체 질량(human biomass) 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하다.(21)
적당한 영양분을 섭취하면 어떤 생명이든 생존과 성장을 얻게 된다. 생물 다양성(biodiversity) 차원으로 봐도 꽤 유용하다. 하지만 과하면 죽음의 저주가 찾아온다. 이를테면 인산염과 질소 화합물을 먹어 치운 광합성 조류는 성장판이 열리다 못해 한계가 사라져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분열과 증식을 거듭한다. 바닷속은 해저 몇 센티미터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조류로 가득 찬 상태가 된다. 유광층(photic zone●)보다 아래로, 어둠이 깔린 곳으로 더 내려가면 용존 산소(dissolved oxygen,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편집자)에 의존하는 전체 생태계는 이미 붕괴해 있다. 그렇게 바다 깊은 곳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 수면에 닿은 빛 중 1퍼센트가 투과되는 물의 깊이로, 광합성이 일어날 수 있는 영역
(24)
유기염소 화합물의 합성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이옥신의 최대 원천은 인간이 되었다. 다이옥신은 자연 곳곳의 야생 동물과 식용 동물을 거쳐 이제는 사람들 몸속에까지 쌓이게 되었다.
사용했으며, 670여 개의 각기 다른 유기염소 구조의 혼합물인 톡사펜은 주로 목화에 생기는 해충을 퇴치하고자 분사했다. 그로 인해 우리뿐 아니라 후손까지 오염된 음식, 오염된 옷에 긴 세월 노출되었다. 화학 물질이 농토에 살포되자마자 수많은 경로(pathways)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헥사클로로벤젠과 톡사펜은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이는 효과가 탁월했다. 먹이사슬(food chain) 구조의 상위 포식자인 동물종(a animal species)과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익충마저 무참히 없애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미국은 그제서야 이 화학 물질의 사용을 금했다. 세계적인 사용 금지 처분은 2001년 스톡홀름회의(2001, Stockholm Convention)에서 결정되었다.
(30)
조금 덜 나쁘다고 해서 해롭지 않은 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피해를 그렇게나 많이 경험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복합 탄소 결합 유기물(polychlorinated organics)을 생산하고 있다. 나는 그 점에 자주 실망한다.
때로는 상황이 더 악화하기도 한다. 유기염소 화합물은 지구 곳곳에 쌓일 뿐 아니라 신체에 직접 바르는 화학 물질을 타고 몸속 깊이 자리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여섯 개의 염소 원자를 가진 방향족 화합물(aromatic compound)인 헥사클로로펜hexachlorophene이다. 헥사클로로펜은 애초에 박테리아를 없앨 용도로 개발된 합성물이다. 그런데 비누나 구강 세정제, 여성 질 세정제 등의 개인 위생용품을 만들 때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 업계는 한동안 수백 종류에 이르는 위생용품을 만들 때 주원료로 헥사클로로펜을 넣었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에서 ‘이 화합물에 강력한 신경 독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쥐와 새끼원숭이의 뇌를 손상시킨다’고 발표하자, 이전 규제 조치(regulatory action)와 달리 빠르게 사용을 금했다. 이 물질이 들어간 위생용품을 사용할 수 없게 한 것이다.
(32)
미국의 상점과 슈퍼마켓은 항균 성분이 포함된 각종 제품으로 들어찼다. 비누, 세제, 구강 세정제, 탈취제, 학용품, 형광펜, 신발, 셔츠, 양말, 도어 매트, 카펫, 식탁, 애완동물 목줄 등 물품도 다양했다.
소비자들은 속임수에 쉽게 넘어갔다. 곧 미국의 전 가정은 세균과 결전이라도 치를 듯 항균성 개인용품을 집 안 곳곳에 비치해 무장했다. 세균 공포증(germophobia)을 겨냥한 산업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엄청난 수익을 남겼다. 30여 년 전 신생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그 유기염소 화합물이 들어 있는 제품들인데도 말이다.
1970년대에 미국환경보호청에서 발행한 보고서는 트리클로산이 암을 유발하는 맹독성 다이옥신 선행(pre-dioxin)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트리클로산은 다른 유기염소 화학물과 마찬가지로 위험 성분을 내포함과 동시에 또 다른 치명적인 특성을 가진다. 세균 증식을 막고 박멸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위생용품이 오히려 세균의 방어력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환경 오염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트리클로산도 연구가 45년 동안이나 진행되었지만, 아무도 그것이 지구상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지 못했다. (35)
트리클로카반은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걸으로 드러났음에도 위험을 직접 관찰할 수 있기까지 무려 45년이 걸렸다. 연구팀은 트리클로카반에 대한 정
보가 부족했던 초반에 그 이유를 항균 성분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찾았다.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연구 방식을 고안해야 했다. 다행히 우리 연구팀은 2004년에 트리클로카반을 추적하는 새로운 기법을 발견해 학계에 발표했다. 이는 단일입자질량 분석기(single mass spectrometer) 또는 텐덤질량 분석기(two mass analyzer)를 활용해 숨어 있던 유해 물질을 찾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 덕분에 트리클로카반이 자연과 사람 몸에 어떻게 유입되는지, 그 경로를 파악할
있었다.
2007년 내가 카슨을 추모하는 연설을 할 때쯤 우리 연구팀은 이 새로운 분석기법으로 트리클로카반과 트리클로산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습어 있던 유해물질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카슨의 고향인 메릴랜드주와 중부 대서양(mid-Atantic region) 지역 곳곳에 이 물질들이 모여 있었다. 볼티모어시를 관통하는 북쪽 하천에서도, 워싱턴에서 방류한 하수를 처리하는 남쪽 오수 처리장에서도, 동쪽에 있는 체서피크만 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화학 물질들은 메릴랜드 오수 처리장의 방어막을 가뿐히 뚫고 주 전역에 퍼진 하천으로 퍼져나가 지
하수를 오염시켰다. 수자원 환경 내에 이 두 총류의 화합물이 발견되었던 것은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이미 미국 내 모든 수자원 환경이 트리클로카반에 오염되었으리라 예측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증명할 일이 숙제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화합물이 또다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밝혀야 했다
우리 팀과 동료 연구진은 미국 상수원(drinking water resoureces) 및 하수 처
리장에서 발견되는 진흙(sludge) 성분을 곧장 살꼈다. 여기 포함된 화학 물질 중 트리클로카반과 트리클로산은 상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함유량이 많았다. 농축
농도와 축적 빈도로만 봐도 그 어떤 항생제나 처리 약품, 스테로이드 호르몬 함유량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37)
산화 에틸렌은 종이상자에서 나오는 무색의 폭발성 기체로, 유전자 변이나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이 화학 물질은 역사적으로 소위 열 압력탄(thermobaric weapons) 같은 무기를 만드는 데 이용됐다. 열 압력탄은 전통적인 폭탄보다 폭발의 충격이 훨씬 오래 지속되는 고열 폭탄(high-temperature explosive)으로, 외과 수술 같은 좁은 범위에서 지역 폭격 같은 넓은 범위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는 살상 무기였다.(38)
화학물의 독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염소 대신 브로민을 택한 일은 명백한 잘못이다. 염소가 그랬듯이 브로민이 유기탄소와 결합한 형태는 자연에서 보기 드문 구조인데다, 인체 또한 폴리브로민 화합물(polybrominated compounds)이나 한 개 이상의 브로민 원자를 가지고 있는 탄소 골격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기염소(organochlorines)나 유기브로민(organobromines)이 어설프게 결합한 화합물이 몸 안에 쌓이면 인체는 큰 해를 입을 수 있다. 가령 배아(embryo) 상태의 세포가 신생아로 자라나는 동안,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세포가 번식해 생식기나 성기가 발달하고 적정 체중이 되는 과정, 신진대사(metabolism)를 유지하는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인체가 유기염소와 유기브로민이 결합한 화합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생존에 필요한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세포간 소통(cellular communication)이나 세포 분열(cell division), 세포 분화(cell differentiation) 과정이 잘못될 수 있다. 심하면 기능이 완전히 멈추기도 한다.(41)
1940년대부터 수십 년간 유기염소 화합물을 비판하며 싸워 온 인류는 1970년대부터 난연제로 유기브로민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탄화수소(hydrocarbon)에서 하나 이상의 수소 원자를 떼어낸 유기브로민 구조는 브로민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화합물 구조가 더 불안정하다.
처음에 유기브로민 화합물은 신이 내려준 선물처럼 여겨졌다. 당시 많은 이들이 아침에 눈 뜨고부터 밤에 지친 몸을 누일 때까지 찾는 기호 식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담배다. 사람들은 기분 전환을 이유로 200종 이상의 독성 물질이 뒤섞인 담배 연기를 매일같이 흡입하곤 했는데, 유기브로민 화합물은 이 문화 현상을 극복하게 도와 줄 구원자처럼 보였다. 담배 피우는 행위를 ‘인간의 몸에 악영향을 미치고 심하면 죽음을 가져오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악습’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중독 행위는 여차하면 담배뿐 아니라 주위를 둘러싼 환경과 주거 공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조리 태워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흡연 습관 하나로 사람들은 언제든 타 버릴 위험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켰고, 대기가 지구의 열을 붙잡아 두는 온실가스로 가득 차 오염됐듯 집 안 공기를 독성 미기후(microclimate●) 상태로 만들었다.
● 주변 환경과 다른 국소 지역의 특별한 기후 혹은 지표면과 1.5미터 정도 높이 지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기 현상
(42)
유기브로민 화합물은 전 세계를 통틀어 소비재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화학 물질 중 하나로 등극했다.
지금도 우리는 범람하는 유기브로민 화합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삶의 면면에 이 화학 물질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카펫 밑에서, 의자 쿠션에서, 발포 매트리스에서 이 물질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이 독성 호르몬을 신생아가 하루 열일곱 시간 이상 들이마시는 구조다.
대량 생산이 가속화되면서 이와 같은 소비재 생산량은 연 1억 톤 이상이 됐는데, 그 때문에 사람들의 건강 문제도 여기저기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유기브로민 화합물이 가져온 다양한 건강 이상 증세 중 하나로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일어난 내분비계 교란 현상(endocrine disruption)을 꼽을 수 있다. 인류는 유기염소가 삶에 미치는 해악을 이미 겪고서도 유기브로민 화합물 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 (43)
1940년대부터 지구에 쌓이기 시작한 과불화 옥탄술폰산, 과불화 옥탄산은 아주 오랫동안 환경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은 이 성분들을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없다. 인체도 마찬가지다. 이 성분을 없애지 못할 것이다. 이 화학 물질이 환경에서 계속 순환되는 한, 사람들이 이 물질에 노출되는 현상을 피할 방법은 없다. 학자들은 이 물질이 소멸하기까지 수백 년이나 수천 년, 길게는 수만 년이 들 수도 있다며 다양한 견해를 내놓았다. (53)
태반에서 추출한 태아의 혈액 샘플로 우리는 지구 오염의 현주소를 짚어줄 다양한 정보를 얻었는데, 특히 오염에 가장 취약한 존재인 태아와 신생아에게 현재 지구의 상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태아의 혈액에는 어떤 화학 물질이 들어있었을까. 비교적 최근에 개발되어 이제는 농장을 운영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페르메트린permethrin과 내분비계 교란 현상 및 암을 유발하는 절연유의 주성분, 폴리염화 바이페닐이 발견되었다. 또한 신생아가 성장할 때 꼭 필요한 갑상선 호르몬(thyroid hormone)의 분비를 막는 폴리브로민화 디페닐에테르(Polybrominated diphenylethers, PBDE), 어린이의 생식기 및 조기 발달에 영항을 출 뿐 아니라 일부 연구에서 발암 요인으로 밝혀진 과불화 화합물내분비계 교란과 다양한 식품 알레르기, 골다공증, 면역 질환 등을 유발하는 삼염화 항미생물제(trichlorinated antimicrobials) 등도 검출되었다. 이 밖에도 석
탄 화력 발전소에서 내뿐는 메틸수은(methylmercury), 페인트와 유연 휘발유에 서 나오는 납, 클로르데인과 디디티 등 이전부터 사용을 금한 제초제 성분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54-55)
순환의 시작은 먹이사슬 맨 밑바닥부터다. 공기 중에 있던 오염 물질이 비와 뒤섞여 땅에 떨어지면 또 다른 독성 물질과 결합해 바다로 흘러간다. 깊고 푸른 바닷물 속을 떠다니면 셀 수 없이 많은 해양 생물이 진공청소기처럼 이 물질을 빨아들여 체내 지방에 저장한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을 때 지용성(fat-soluble) 성분을 같이 흡수하므로 독성 물질은 그대로 큰 물고기로 이동한다.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축적된 독성 물질의 양이 증가하는 이유다. 이 과정을 전문 용어로 생물 확대(biomagnification)라고 한다. 탄소 분자에 할로겐이나 중금속이 결합한 이 오염 물질이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닿을 때쯤이면 동식물의 지방 조직(fat tissue)의 오염도는 일반 바닷물보다 수백만 배 더 높은 수준이 된다. (57)
소들은 더 이상 광활한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동물이 아니다. 그들이 먹을 사료는 이제 비옥한 토지에서 엄청난 양의 비료와 제초제를 흡수하며 자라난다. 이렇게 사료를 만드는 데 드는 방대한 에너지는 재생되지 않는 화석 연료에서 나온다. 육류 생산의 효율을 알려면 고기 1파운드를 생산하는 데 드는 사료의 양과 비교하면 된다. 전환 비율(conversion ratio)이 제일 좋은 동물은 체온을 높일 때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변온 동물이다. 결국 1파운드의 식량을 얻을 때 똑같이 1파운드 사료가 필요한 수중 생물이 가장 전환 비율이 좋은 셈이다. 정온 동물 중에서는 닭이 가장 효율적이다. 1파운드 살코기를 얻을 때 1.7파운드의 사료가 필요하니 말이다. 돼지는 그보다 3배의 사료가 들며, 소는 7배의 사료가 필요하다. 즉, 가장 비효율적인 식량이 소고기다.
이뿐 아니라 소고기는 생산하는 동안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축산업 관계자들의 열띤 홍보로 소고기는 이제 미국인 식생활에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스테이크 요리와 햄버거 같은 패스트 푸드에도 필수로 들어간다. 하지만 목축업은 집단 사육되는 동물들이 내뿜는 방귀와 트림으로 다량의 메탄methane 가스를 방출한다. 메탄은 지구 온난화 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 GWP)가 1인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가두는 효과가 30배 이상 큰 온실가스이다. 미국 전역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9퍼센트이다. (63)
제초제 성분은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해칠 뿐 아니라 토양, 수질, 대기, 더 나아가 농부와 작물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단일 재배 방식과 연속적인 경작으로 토지의 힘이 약해지면 바람과 폭우가 일 때 토양 침식, 토양 유실 같은 재해가 발생하기 쉽다. 이 화학 물질은 사료와 식용 동물을 통해 사람이 먹는 식품에도 침투했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쓰레기 매립지(landfill)가 되어 버린 우리의 몸, 다음 세대인 아이들의 몸에 독성 물질 형태로 쌓여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64)
결국 고기는 싸게 샀다고 해서 싼 게 아니다. 평균 수명과 생산성 감소, 토양 및 수질 오염 등으로 경제적 부담을 늘리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비만, 내성 증가가 가져온 전염병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순간순간에 치러야 할 비용을 생각하면 저렴한 고기와 맞바꾸고 있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작은 부분이지만, 어쩌면 내가 하라수 있는 전부이기도 하다.
학술지 〈연간공중보건리뷰(Annual Review of Public Health)〉중에는 ‘플라스틱이 건강이 미치는 영향(Plastics and Health Risks)’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짧은 논문이 실려 있었다. 논문은 플라스틱이 현대 사회에 가져온 여러 문제를 나열하고 있었다. 단일체(monomer, 플라스틱의 구성 요소)를 사용하면서 생긴 발암성, 프탈레이트phtalate 같은 가소제(plasticizers, 플라스틱이나 합성 수지, 합성 고무 등에 넣어 유연성 및 가공성을 높이는 물질―편집자) 사용이 가져온 문제가 특별히 눈에 들어왔다. 또한 내분비 교란 물질로 생겨난 다양한 문제(가령, 남성의 생식 능력 저하와 정자 수 감소, 여자 아이들의 성조숙증 문제, 체중 증가 및 인슐린 저항성 증가)를 집중 조명했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는 과불화 화합물, 브로민계 난연제, 항미생물제, 유해 색소 등 독성 화학 물질도 추가로 들어간다. 이런 화학적 위험성이 아니더라도 플라스틱은 사람이나 동물이 잘못 삼켰을 때 질식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게다가 미세 플라스틱(micro plastics) 형태로 사람이나 동물 세포 내로 들어오면 암을 일으킬 가능성도 매우 크다.
(67)
‘플라스틱도 탄소 골격에 있는 수소를 할로겐 원자로 대체했기 때문에 생분해(biode-gradability)가 어려운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플라스틱이 이런 구조를 띠는 것은 아니다. 테플론으로 널리 알려진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loride, PVC)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폴리염화비닐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olytetrafluoroethylene과 수많은 염화탄소 결합으로 이뤄진 잔류성 플라스틱 중합체(persistent plastic polymer)를 말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품은 탄소-할로겐 결합물을 포함하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잔류성이 매우 높은 오염성을 지닌다. 그래서 학자들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이 지나도 이 성분이 분해되지 않은 채 지구를 떠돌며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라 예측한다.(70)
우선 박테리아에게 플라스틱은 전혀 매력적인 먹이가 아니다. 박테리아는 때때로 플라스틱에 침착해 서식하지만, 공격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두 번째로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다. 중합체(polymer) 크기가 너무 커서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미생물 입장에서는 분해 효소(degradative enzymes)를 분비하면서까지 외부 세포인 중합체를 파괴할 이유가 없다. 분비한 효소 단백질이 금방 소멸하거나 비활성화된다면 박테리아 입장에서 이 과정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투자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미생물은 분자 가위(molecular scissors) 결합 방식이나 효소 반응으로 화학물과 결합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규칙성이 떨어지는 구조보다 단순하고 규칙적인 구조를 더 선호한다. 네 번째로 미생물은 지독한 편식쟁이다. 브로콜리나 시금치는 손도 대지 않고, 맛있는 음식만 먹으려 하는 어린아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마지막으로 미생물은 플라스틱이 많이 쌓인 환경 조건(environmental conditions)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다.
레이첼 카슨이 자연에 쌓인 채 잔류하는 디디티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후, 화학자들은 인간이 유해 물질을 몸속 지방층에 쌓아 둔다는 사실 즉, 체내 축적(body burden)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만일 오니와 신체 구성 물질(물은 제외)이 지방과 탄소 위주라면, 그리고 인간의 장내 미생물이 하수 오니를 처리하기 위해 혐기성 소화조(anaerobic digester, 오니 같은 고농도 유기물을 분해, 환원하기 위해 만든 밀폐된 탱크―편집자)에 넣는 세균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면 어떤가. 어쩌면 인간의 몸에 쌓이고 있는 독성 물질은 오니에 쌓인 유기물과 같거나 비슷한 성분일 수도 있다. 즉, 오니 소화에 잔류하고 있는 화학 성분을 측정하면 인간의 몸에 쌓인 독성 화학 물질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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